글/옛날 시
거미
hunti
2011. 7. 1. 19:46
오늘도 늙은 거미 한 마리 거미줄에 올라앉아
의뭉스런 눈길을 보낸다 소소한 바람 나뭇잎을
긁고 지나가고 거미줄이 출렁거릴 때마다 늙은
거미도 다리 여덟을 허둥거린다 바라보는
내 눈동자도 따라서 허둥거린다......
두 눈 감은 채
하루를 흘려보내지
먼지 낀 동공
아무도 몰래 물 길어와
정수리에 부어보곤
한숨을 쉬지
무디어진
몸 한 귀퉁이
묵은 환부 한 조각 떼내어서는
산기슭에 오르지
바위 밑 살펴보고
땅 한번 퉁퉁 굴러보고는
맹렬히 타들어가는 그것
휘- 던져놓고
기다리지
아무 산짐승
물어가기를 몰래 기다리지
몸 속 무거운 것들
하나씩
하나씩
떼어 보내면
언젠가
내게 새살
돋는 날 올까
두 눈 감고
난 구석진 그늘 밑
웅크려 기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