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감상질
전우치 - 4D
hunti
2009. 12. 28. 13:54
성탄절, 금요일 낮에 4D로 [전우치]를 봤습니다.
4D라는 게 화면 영상에 따라서 의자 들썩거리고 바람 픽픽, 종아리 찰싹찰싹
때에 따라서는 물까지 찍 뿌리는...
3D를 넘어서 D가 하나 더 있다고 4D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거 뭐 콩글리쉬 같기도 하고 뭐 그렇지요 ㅎㅎ
아무튼,
영화로는 처음 경험하는 4D라서, 기대가 컸습니다.
과연 어떻게 연출될까?
주로 전시아이템에나 쓰이던 4D가 2시간이 넘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소화할까..?
영등포에 있는 극장에서 4D로 상영하는 걸 봤는데요,
아우,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완전 썩었습니다.
이야기에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전우치]가 다양한 액션이 가미된 영화인지라
때에 따라 적절히 효과가 들어가긴 했습니다.
휘익- 날아갈 땐 의자가 쑤욱 올라갔다 내려가고
달리는 장면에선 덜컹덜컹,
바람도 쉬익 불고
특히 등장인물이 맞거나 처박히는 장면 같은 데선
뭔가가 등을 찰싹 때려주기도 합니다.
근데 좀 지랄같은 게,
물도 서너 차례 뿌려주는데 이게 딱 얼굴 정면에다 찍하고 싸는 바람에
물 뿌릴 때마다 안경을 닦아줘야 한다는...
나중엔 짜증나서
"아우 진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
어쨌든간에,
그런대로 신경 좀 쓴, (모자라나마)주어진 소스를 최대한 활용한
4D 연출이었습니다만
그런 효과들이 오히려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을 상당히 방해하는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영화 속에 빠져들려면 스크린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이 느껴지지 않아야 되는데
이건 뭐, 중요장면마다 의자 들썩거리고
등 찰싹 때리면서
의식을 현실공간으로 불러들이니....
여러 효과들이, 말하자면
[야아 신기하다] [재밌다] 수준의 반응에 그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4D연출 자체가 허접해서 못봐주겠다는 건 아니구요,
4D연출에 특화된 영상연출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탄다든가
시점이 1인칭으로 전개된다는가...
관객이 관찰자의 시점을 벗어나 직접 내러티브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좀 더 적절한 영화가 나오면
4D상영관을 또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두시간짜리 놀이시설을 사용하는 데 14,000원이라면
그리 비싼 건 아닐 듯 합니다 ㅎㅎ
아, 한 가지 -
그런 효과도 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의 조명이 영화관의 천장까지 이어지는....
그건 제법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순간 영상 속의 공간이 현실공간과 겹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
4D,
한번쯤은 이용해 보시는 것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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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에 대해서도 이야기는 해야 겠는데요,
괜찮습니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등장인물들을 고르게 받쳐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두시간 내내 주인공만 살아 날뛰는 영화는
너무 성의없어 보여요 -
거의 모든 배우들이 검증된 분들이라서,
각자의 역할을 적절하게 잘 이끌어나가는 부분도 점수를 줄 만 합니다.
특히, 전우치 역의 강동원이
의외로 꽤 잘 어울립니다.
광고에 나오는,
분신술을 써서 싸우는 장면도 대역 같은 거 없이 (수정 : 일부 대역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직접 수십 번을 거듭해서 촬영했다고 하니
노력에 대한 점수도 후하게 줘야 할 듯 합니다.
동양적인, 그리고 신선틱(?)한 액션연출도
영화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뒷이야기에 따르면 액션연출을 맡은 정 모 감독은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을 원했으나
감독이 "신선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액션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괜찮게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먼저, 구성.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은
감독을 '이야기꾼'으로 불리게 할 만큼
발군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미덕이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앞뒤 합이 맞아떨어지는 설정과 구성,
아기자기한 잔재미를 주는 스토리....
이런 것들이, 뭐 평균에 못미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동훈 감독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상당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구성 면에서도...
영화를 보면
막판에 돈이 떨어졌나? 아님 시간에 쫓겼나? 싶을 정도로
클라이맥스가 허접(^^;;)하네요.
뭐 이건 직접 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
자세한 언급은 하기 뭣하고....
전체적으로.....
범작은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감독에 대한 기대는 초큼 저버린 영화라 하겠습니다.
(배우들이 살렸어.... 강동원이 영화 살렸어.... )
(4D상영관, 이렇게 생겼습니다. 4조씩 엮인 의자들 사이사이에 콘트롤러가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