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기억

퇴근길

hunti 2010. 8. 4. 13:32




 


 


늦은 밤, 힘든 퇴근길 

 

그는

길 건너편에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술취한 등허리를 신호등에 버티고 서서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아래로 뿌리치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하늘을 보며 소리 쳤던가, 아니면

끝없이 가라앉는

땅을 향해 고함 질렀던가...

 

이윽고 힘이 다했다

돌아서서

버티고 있던 신호등 줄기를

감싸 안았다

그마저도 힘에 부쳤다

무릎을 꿇고

태질하던 두 팔로

바닥을 버티었다

 

소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아니,

가슴께에서 여전히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노란 불빛이 수없이

등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

 

 

(나는 기이하게도 그 순간, 그가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