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요즘 시

퇴근길

hunti 2010. 12. 24. 15:24


 

 

..... 지하철 문이 열린다.

가방을 메고, 이어폰 음량을 약간 올리며 층계를 오른다.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 사람들.

다들 바쁜 걸음,

귀가의 행렬이다.

 

거리는 차갑다.

그 공기 사이를 비집고

속도를 내어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소음

미술학원을 나서는 아이들의 왁자한 잡담

무겁게 여닫히는 두꺼운 유리문 소리

비틀거리며 옆을 지나치는 자전거의 경적.....

 

난 보폭을 넓힌다.

아까 접질린 왼쪽 무릎이 살짝 시큰거리지만

괜찮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정확하게

이 계절만큼의 신선감과

상쾌함을 준다.

 

큰 길을 지나 어두운 골목,

뒤를 따르던 그림자가 앞장을 선다.

그 옆에 또 하나의 그림자,

그도 또한

나름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고

찻길을 지나고

살얼음이 언

보도블럭을 걷는다.

집이

가까워진다.

 

누군가가 미끄러운 입구에 박스를 깔아놓았다.

비번을 입력한다.

문이 열리고

계단을 오른다.

인기척에

전등이 켜진다.

 

나는 엠피쓰리를 끈다.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른다.

전등이 또 하나 켜진다.

공기는 이미 따뜻하다.

 

목도리를 풀고

외투의 지퍼를 내리며

나는

초인종을 누른다.

 

설핏, 어디선가

고소한 찌개냄새를 맡은 듯 하다.

치르륵- 하는

새 소리도 들린 것 같다.

 

문이 열린다.

빛이 쏟아진다.

이마와 볼 전체로

온기가 퍼져온다.

 

 

 

“어서 와”

 

 

 

열린 문 사이로 손을 내밀며

아내가

환하게 웃는다.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