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말 뒤적이기

100604 - 책을 빌다? 책을 빌리다?

hunti 2010. 6. 5. 00:01


책을 빌다? 책을 빌리다?



언뜻 보기에, <빌리다>에서 [-리]가 수동, 피동의 의미를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돈을 <빌리다>”가 아니고, “돈을 <빌다>”가 맞는 건가....?

사전 찾아봅니다.


<빌다> [동사]
  ‘빌리다’의 잘못.   오호....

<빌리다> [동사]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그러니까,
(책을) 빌다(X) -----> (책을) 빌리다(O)

그런데.....  <빌다>는 이런 뜻도 있습니다.

<빌다> [동사]
  『…을』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
  (<빌다>의 다른 뜻, ‘pray'는 다 아시니까 패스-)

그러니까,

<빌어먹다> [동사]
  『…을』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다.

의 기반이 되는 말이라 이거네요.


정리하면,
 - 남에게서 뭔가를 취하여 얼마동안 쓰고 돌려주면, 또는 무형의 것을 취하여 따라하면 <빌리다>
 - 공짜로 달라고 해서 얻으면 <빌다>가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빌리>기는 해도 <빌어먹>는 건 절대 안하는 인생을 살고 싶네요^^



두 번째 낱말,

오늘은 왠지 피동, 사동의 느낌이 나는 낱말들이 많이 나오네요, 그쪽으로 하나 더 -

<맞추다> 와 <맞히다>

먼저, 기본형인 <맞다>의 뜻을 살피면....

<맞다> [동사]
  ..... 정말정말 많은 뜻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1. 틀리지 아니하다, 일치/합치하다, 어울리다 등의 의미
   예) “그 답이 맞는 것 같다”
       “내 입엔 이 소스가 맞아”
  2.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맞닥뜨린다는 의미
   예) “고구려는 백제의 사신을 맞아...”
       “흑흑- 바람맞았어”
  3. 어떤 대상과 대상이 서로 접촉한다는 의미
   예) “에구구, 침 한대 맞아야겠다...”
       “이녀석,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리겠니?”

등등으로 요약해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앞으로 가서

<맞히다>는 <맞다>의 사동사, 곧 ‘시키는 동사’ 입니다.
“맞게 하다” 라는 뜻이죠 ^^
그러니까,
 - 문제를 “맞게 하다” ,  화살을 쏘아 “맞게 하다”
 - 바람을 “맞게 하다”
 - 침을 “맞게 하다”
등의 뜻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럼, <맞추다>는?

<맞추다>는 <맞다>에서 파생된 타동사, 즉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입니다.
뜻을 살펴보면,

[동사]
 A.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
   예) 문짝을 문틀에 맞추다

 B-1. (주로 ‘보다’와 함께 쓰여) 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여 살피다.
   예) 나는 가장 친한 친구와 답을 맞추어 보았다.
 B-2. 서로 어긋남이 없이 조화를 이루다.
   예) 다른 부서와 보조를 맞추다

 C-1. 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어긋나지 아니하게 하다.
   예) 원고를 심사 기준에 맞추다
 C-2. 어떤 기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
   예) 카메라의 초점을 아내에게 맞추다

 D-1. 일정한 수량이 되게 하다.
   예) 화투짝을 맞추다
 D-2. 열이나 차례 따위에 똑바르게 하다.
   예) 줄을 맞추다
 D-3. 다른 사람의 의도나 의향 따위에 맞게 행동하다.
   예) 비위를 맞추다
 D-4. 약속 시간 따위를 넘기지 아니하다.
   예) 사람들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 길을 나서야 한다.
 D-5.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부탁을 하다.
   예) 구두를 맞추다

 E. 다른 어떤 대상에 닿게 하다.
   예) 아내에게 입을 맞추다

등등이 있습니다.
------> 쉽게 생각해서, 뭔가 둘 이상을 서로 아귀가 맞게 하는, 또는 맞는지 살펴보는 행위를 표현할 때 <맞추다>를 쓴다는 거지요.


<맞히다> <맞추다> 구분..... 얼추 되셨죠?

<맞히다> : 맞게 하다
<맞추다> : 맞춤질(?)을 하다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간단한 거 -

<적혀지다>?

<적혀지다>는 [적+히+(어)+지다]로 뜯어볼 수 있는데요,

<적히다>는 적다의 피동사, 즉 시킴을 당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다>는 ‘보조동사’로서
남의 힘에 의하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입거나, 그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 옷이 찢어지다
        마음이 슬퍼지다

한마디로, 이것도 “피동”의 의미를 지닌다는 거죠.
그래서, <적혀지다>는 [피동X2], 즉 피동이 중복됩니다.
바른 표현은, 그냥 <적히다>.......

혹시, 부정의 부정은 강한 긍정이니까 피동의 피동도 강한 능동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음..... 사랑해버릴 겁니다.....




오늘은 밤까지 회의가 있어서 글이 촘 늦어졌습니다.

어쨌든, 오늘도 여기까지!!    주말은 역시 쉽니다.  즐, 월화수목금금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