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말 뒤적이기
100616 - 어제 본 순우리말 모음
hunti
2010. 6. 17. 01:03
특집>> 어제 본 순우리말 모음
어제도 말씀드렸었지만, 오늘은 어제 글에 왕창 나왔던 순우리말들의 뜻을 찾아보는 날입니다.
자, 시작이요~
<고랫재> [명사]
방고래에 모여 쌓인 재.
<방고래> [명사]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 ≒갱동·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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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외가에서 구들장으로 솔가지들을 때 보던 기억, 다들 가지고 계시죠?
갈색으로, 와싹 마른 솔가지로 먼저 불을 높이고,
송진이 살아있는, 아직 덜 마른 가지들을 밀어넣으면 파직- 파직- 거리며 불이 맹렬해지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면 회색의 연기가 함께 피어오르는데, 신기하게도
구들 앞으로는 그 연기가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런 연기가 빠져나가는 길을
[고래]라고 부릅니다. 거기에 재가 쌓이면 안되겠지요 ㅎㅎ
물론, 그 재가 적당~히 쌓여 있으면,
거기서 따끈따끈한 군고구마가 나오기도 하지요^^
<뒷갈망> [명사]
=뒷감당.
<갈망> [명사]
어떤 일을 감당하여 수습하고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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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이 [감당]이라는 뜻이었군요 -
일은 호기있게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뒷갈망]을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우리 사회에서는 뒷일은 말그대로 ‘뒷일’이고, 폼나게 일을 밀어부치는 게 더 주목을 받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정말. 정말정말정말.....
[뒷갈망]이 있으니, 찾아본 낱말은....
<앞갈망> [명사]
자기에게 생기는 일을 감당하여 처리함. ≒앞갈무리.
아하, 진짜 있네요. [앞갈망]......
근데 [갈망]이 이런 뜻도 있다네요 -
<갈망>
갈수록 망한다는 걸 단축한 것임.
이건 ‘신조어’겠지요^^
<우렁잇속> [명사]
1. 내용이 복잡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품은 생각을 모두 털어놓지 아니하는 의뭉스러운 속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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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드셔본 적 있나요?
전, 아주 어릴 때 논우렁이...는 아니고, 시골 마을앞 물가에서 잡은 우렁이를 먹어본 적은 있습니다.
맛은......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나요 ㅎㅎ
뭐, 요즘 술 한잔에 잘 먹는 골뱅이 비슷한 맛이었겠지요^^ 아님 말고 -
근데,
저 우렁이의 속엔 정말 각시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시간내서 우렁이 잔뜩 좀 잡아다가 ‘D-넷뜨웍크’의 수많은 솔로분들께 나눠드릴 것이구만.....
<도리깻열> [명사]
<농업>도리깨채의 끝에 달려 곡식의 이삭을 후려치는 곧고 가느다란 나뭇가지.
두 개나 세 개로 되어 있다. ≒자편(子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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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질 하는 거. 실제로 본 건 따악 한 번입니다.
뭐, 저나 여러분이나 얼뜨기 도시촌놈들이 대부분일테니 다들 저랑 경험이 비슷하실 것 같네요 -
도리깨의 끝에 달려서 지 마음대로 휭 휭 돌아가는 그 막대기가
[도리깻열]인가 봅니다.
맞으면 제법제법 아프겠죠??
<욧잇> [명사]
요의 몸에 닿는 쪽에 시치는 흰 헝겊. ≒욧거죽.
<베갯잇> [명사]
베개의 겉을 덧씌워 시치는 헝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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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저희 어머니는 잊을 만 하면 이불을 온 방에 펼쳐놓으시곤,
“이불 홑청 시치기”를 하셨습니다.
이불의 아랫부분 전체와, 윗부분은 사람의 살이 닿는 정도의 가장자리에만 천을 덧대서
이불이 더러워져도 그것만 뜯어서 빨면 되도록
대(大)바늘로 꼼꼼이 시침질을 하는......
그렇게 ‘홑청을 시친’ 날 저녁에 이불을 덮으면
특유의 깔깔하고 서늘한 느낌이 진저리쳐지도록 좋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그거 잘 안하시더라구요. 손힘이 모자라다고....
새 이불홑청의 그 느낌보다는
힘이 빠져가는 어머니 손아귀힘이 더 깊이 뇌리에 남습니다.
그 [홑청]의 다른 말이 [잇].....
<잇> [명사]
이부자리나 베개 따위의 거죽을 싸는 천.
<홑청> [명사]
요나 이불 따위의 겉에 씌우는 홑겹으로 된 껍데기.
<킷값> [명사]
키에 알맞게 하는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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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저도 키가 180이 안되는, 어느 ㄴㅛㄴ 표현에 의한 [루저]입니다만,
이래뵈도 학생시절엔 반에서 항상 두세번째로 키 큰 축에 들었었습니다.
중3때까지는...... -_-;;
이상하게,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이제 겨우 평균치를 약간 넘는 키를 가져버려버리는 사태를 맞고야 만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나이에 맞지 않는, 큰 덩치를 하고 다니던 때엔
[킷값]을 하는 데 신경을 썼지만
나이가 들수록, 키가 평균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더란 거지요.
뭐, 키 뿐이겠습니까?
그 땐, 쫙 달라붙는 청바지도 어울려야 하고
목소리도 중저음으로 분위기있게 낼 수 있어야 하고
눈빛 하나로 잔챙이들을 제압해야 하고
어깨가 넓어서 잠바 하나를 걸쳐도 태가 나야 하고....
말도 안되는 갖가지 기준에다 스스로를 끼워맞춰보고, 또 재보고
그랬었는데요.....
뭐..... 이젠......
[킷값]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기준이 뭔지 “가끔” 고민합니다.
.... 뭘까요...?
ㅎㅎㅎ -
시답잖은 뻘소리 접고, 오늘은 요기까지 ~ 즐밤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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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막바지로 치달아서,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중입니다.
이제 남은 건,
제안서 편집 마무리와 내용 점검, 출력 및 제본, 서류준비, 제출 등등
“완존 신경 바짝 쓰이는”
일들만 남았습니다.
어쩌면 내일 모레는 정신상태가 메롱스러워져서 이거 빠뜨려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부디 양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