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말 뒤적이기

100623 - 한나절? 반나절?

hunti 2010. 6. 24. 00:57





한나절?  반나절?



오늘은 전라도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오느라 꼬박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더구나 차량에서 갑자기 비행기편으로 교통편 계획이 바뀌었는데, 막상 공항에서 비행기가 만석이라는 황당한 상황(글쎄, 교통편 계획 바꾸면서 예매도 안해놓았다는....)으로 다시 부랴부랴 차량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침 반나절을 뻘짓으로 허비해 버렸는데요.....

과연 여기서의 <반나절>은 얼마동안을 말하는 걸까요?



요즘 흔히 틀리는 표현으로 <나절>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하루 낮시간의 전부”를 <한나절>, “하루 낮시간의 절반”을 <반나절>로 쓰시는데요 -

<나절>은 ‘시간’을 표현하는 낱말로서 낮, 즉 ‘해가 떠서 질 때까지의 시간’의 절반만큼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또는, 낮시간의 어느 한 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나절>  [의존명사]
  1. 하룻낮의 절반쯤 되는 동안.
    예) 열 나절이나 스무 나절이나 제 한이 차야 부스스 내려와서 몇 술을 뜨고 또 올라간대.
  2. 낮의 어느 무렵이나 동안.
    예) 오전 나절
    예) 바깥채 마당의 차양 친 평상 위에는 점심 먹을 나절이라 장사꾼과 장꾼들로 붐볐다.

이렇게요.

어원을 살펴보면,
'날(日)을 가르다/나누다(切)'는 의미인 <날절>에서 ‘ㄹ’이 탈락해서 <나절>이 되었다고 합니다.
(切 : 끊을 절)

<나절>을, 좀 더 시간적 의미를 더해 <한나절>로 표현합니다.
<반나절>은 <나절/한나절>의 반이니까, “하루 낮의 절반의 절반”, 즉 하루 낮의 1/4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오늘 교통편 관련한 뻘짓으로 허비한 <반나절>은
"하루 낮의 절반"인 <한나절>을 다시 절반으로 나눈 만큼의 동안이니까,
시간으로 따지면 약 2~3시간 정도가 되겠습니다.


<반나절>과 같은 의미의 순우리말로 아래와 같은 낱말도 있다고 합니다.

한겻  [명사]
  1. 비슷한 말 : 반나절.
    예) 그는 한겻이 지나서야 겨우 눈을 떴다.
  2. [방언]‘한낮’의 방언(평남).



이제..... <한나절>, <반나절>에 대한 오해는 다 풀리셨을 테고....

<나절>이 ‘낮시간의 어느 한 때’를 의미할 때
<아침나절>, <점심나절>, <저녁나절> 등과 같이 시간을 의미하는 말과 붙여 쓰기도 합니다.
사전적인 뜻은....

<아침나절>  [명사]
  아침밥을 먹은 뒤부터 점심밥을 먹기 전까지의 한나절.
    예) 그녀는 아침나절에 일찍 가게로 나왔다.
         대불이와 순영은 아침나절에 만나서 해가 상투 머리 위에 올라앉을 때까지 떡집에 있었다.
         젊은이는 이날도 아침나절부터 때 없이 밀려든 손님들로 일손이 한창 바빠 있었다.

<저녁나절>  [명사]
  저녁때를 전후한 어느 무렵이나 동안.
    예) 이번 일은 저녁나절이면 끝낼 줄 알았는데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점심나절>  [명사]
  점심때를 앞뒤로 한 반나절.
    예) 식당은 점심나절이 가장 붐빈다.


등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요, 그냥 편하게
“아침/점심/저녁시간을 전후한 한 때”로 두루뭉술하게 쓰셔도 될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요...
우리말을 약간 틀리거나 다르게 쓰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나 크기, 수량과 같은 구체적인 척도를 말할 때는 그 뜻을 정확히 써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작은 오해가 나중에 분쟁의 씨앗으로까지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한나절>, <반나절>
깐깐하게 챙겨서 사용합니다! ㅎㅎ




쓰다 보니 또 열 두시를 훌쩍 넘겼습니다만...


어쨌든, 오늘도 요기까지입니다.     다들 즐뜨거운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