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를 드디어 봤습니다.
개봉당시부터 찜해놓았던 영화였는데, 역시 재밌더라구요.
애인 무릎팍에 손 올려놓고 얌전히 끝까지 버닝했습니다. ㅎㅎ
다음은 영화평.
<주의!!>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1. 김아중 예쁘다.
오랜만에 제대로 큰 입이 예쁜 여배우를 봤습니다. 연극하는 제 친구 심모군이 봤으면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로버츠 이후로 최고의 입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얼굴에서 눈화장을 빼면 상당부분 밋밋해질 것 같은 우려가 있기는 했지만, 다양한 상황을 소화하는 풍부한 표정 하나만으로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됩니다.
2. 게다가 연기도 잘한다.
근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맛을 살릴 줄 아는 연기력까지 갖추었더라구요. 트레이드마크인 섹시미에 코믹연기로의 가능성까지 확실히 인식시켜 주고, 한 영화의 타이틀 롤(이라고 해도 되나? “미녀=김아중”이니 괜찮을 듯도 합니다)로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량감까지 보여줬으니.... 앞으로의 몸값이 심히 기대됩니다.
3. 아기자기한 조연들
요즘 국내 코믹발랄영화들의 트렌드를 따라서 이 영화도 수많은 까메오와 맛깔내는 조연들이 포진했습니다. 주인공의 친구인 출산드라, 회장님 아들 성동일씨, 성형외과 의사 이한위씨, 약간 뒤떨어진 광팬 박노식씨(향숙이~), 그 외에 이범수, 이원종, 박휘순씨 등등.....
(결론적으로) 이들 중 한두 명만 빼고는 모두 주어진 배역의 맛을 제대로 살린 것 같습니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작가와 감독(한사람이군...)의 균형감각이 많은 힘을 발휘한 듯 -
허나, 박노식씨는 예전의 향숙이~ 이미지를 아직도 우려먹고 있었고, 임현식씨도 평면적인 연기로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듯 해 보였습니다. (얼마전에, 올미다에서도 힘이 덜 실리던데...)
4. “아미”가 누구야??
이 사람도 예뻤습니다하하하. 살펴보니, 이름이 지서윤이네요. 전형적인 악역이지만, 한 장면! 텅 빈 연습실에서 혼자 아베마리아 노래연습을 하는 그 장면이 이 캐릭터에 인간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여자, 미워하지 맙시다. (주성치영화의 그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이....)
5. 애인, 울다
제 애인, 이거 보다가 울었습니다. 마지막에 클라이맥스에서 찔찔 짜는 겝니다.
성형도 해보지 않은 애가 왜 몰입해서 감동하는 건지, 혹시 얘도....?
감정에 충실히 몰입해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라면, 더구나 억지로 눈물 쥐어짜기 식이 아닌 이상 일단 별 3개 이상은 확보.
6. 성형수술은 옳은 것인가, 잘못된 것인가?
결론 : 관점에 따라 다르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칼로 무 썰듯 가치판단을 내리지는 않더군요. 때에 따라 성형수술을 희화화하기도 하고(실리콘 표날까 봐 스킨십도 못하는 가엾은 우리 주인공.... 덕분에 주진모씨는 수많은 남성들의 예봉을 살짝 피했겠습니다허허), 때로는 성형수술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을 꼬집기도 합니다(또 주진모씨, “내여자만 (수술)안하면 되지-”). 더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여주인공은 성형에 대한 기대와, 만족과, 두려움과, 상실감들을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공감을 얻고, 감동을 이끌어 냅니다. 물론, 성형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은 잠시 접어둔 채이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시각은 여전히 성형수술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지니고 있지만, 어쨌든 영화에서는 부드럽게, 두루뭉실하게 안고 넘어가는 노련함을 발휘합니다.
7. 누가 나쁜놈인가?
먼저 주진모씨. 참 아슬아슬하게 피해갑니다. 초반의 김아중(한나)을 립싱크대역으로 이용한다는 설정만으로 봐도 분명 악역에 가까워야 하는데, 왠지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으며, 또 (주인공의) 재능을 정확히 보고 그 재능을 먼저 사랑할 줄 아는 그는 그러한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멋진 외모에 가창력까지 갖춘 제니를 아끼면서도 여전히 예전 한나의 순수한 열정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사업의 순환고리에 순응하면서도 한편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면모를 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콘서트를 성공시키는 제니를 보며 만면에 미소를 짓는 ‘자신만만한’ 그의 모습은 그의 ‘줏대있는 고집’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가 또 한 명의 주인공 역할을 당당히 해내었음을 은근하게 드러냅니다.
그 다음으로 아미.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그녀도 ‘제대로’ 가수를 해 보고 싶은 소망을 지닌, 이해해 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자신에게 모자란 것이 가창력이라는 것을 힘들어하고, 텅빈 연습실에서 혼자 노래연습을 하는 짧은 장면을 통해 자칫 평면적인 캐릭터로 지나쳐버릴 뻔한 인물이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게 된 듯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두고 생각이 많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어떤 작품이든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니고, 개연성을 확보하면서 전체줄거리에 녹아들어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 촬영과 편집과정에서 플롯의 전개상, 러닝타임의 한계상의 이유들로 잘려나가서 나중에는 비틀리고 부족한, 이해되기 힘든 캐릭터로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영화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극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고 관객의 몰입을 지켜내며 동시에 캐릭터의 안배까지 제대로 해낸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극의 전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아미의 에피소드를 적절히 끼워넣은 감독의 감각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8. 제니랑 주진모랑 엮여야 되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당연히 두사람이 엮여서 해피엔딩이 되어야 하는데, 마지막의 주진모의 내레이션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피엔딩이 아닌 것도 아닌 것 같고. 선남선녀는 꼭 연결된다는 공식이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깨진 것은, 극에서 추구되는 가치에 대한 중심을 다시 정리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듯 보입니다. 제니는 성형을 함으로써 멋진 남자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작가는 나름대로의 설정을 통해 다시 짚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주진모씨는, 그럼으로써 또 한 번 뭇 남성들의 분노의 칼끝을 벗어났습니다.
9. 그래서?
결론은 버킹검.... 은 아니구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부분에서 균형감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감독은, 캐릭터를 버리지도 않았고, 날카로운 논란을 껴안았으며, 이야기 자체에 빠져 방향성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우를 범하지도 않은 듯 합니다. 더구나, 이런 미덕들을 살리면서도 관객을 사로잡는 맛깔난 이야기를 펼쳐놓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미덕을 바탕으로, 성형수술이라는 자칫 선정적이고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는 성과를 이룬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김아중이 짱입니다.
10. 아베마리아, 정복하겠다 ~
얼마 안있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이 노래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워봅니다. 끝까지 질러 보는 거야, 다 주거써~
재미없는 글 여기서 줄입니다. 즐프라 -
<프라 관련 글은 거의 안올리는 HU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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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30 - 02:18 |
LAST UPDATE: 2007.01.31 - 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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