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오늘도 제대로 된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머리는 뒤숭숭하고
몸은 뒤틀려 피로가 들러붙어 있다.

지하철을 기다린다.
손에 든 피엠피. 그 소리를 넘어
귀 속으로 파고드는 또 다른 소리.
세상에서 제일 지랄같은 소리를 꼽으라면
그 상당히 윗부분에 사람이 내는 소리도 포함될 것이다.
우렁우렁,
성대를 긁고 울려서 나오는 넓고도 날카로운 소리.

쳐다본다.
젊은 놈이다.
저런 놈들의 특징은
절대 말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기 중의 음역대는 자기가 모두 차지하겠다는 듯이
쉼없이,
그리고 꾸준한 고성을 뱉어낸다.

피곤하다.

그리고, 때려주고 싶다.

자기만 아는 소리.
상대방도 지겨워할 소리.
개연성도 없는 소리.
필요없는 소리.
잡음.
의미없는 딸딸이.

허공에 뿌린다.
꾸준히, 그치지도 않고.

나는
피엠피를 끈다.
그리고 포기한다.
포화되는 음정들 속에서
의미를 솎아내는 노동.










Posted by hu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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