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는 순간 알았다.
옆자리 남자가 뻗대고 있다. 내 어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사실 대부분 그렇다. 이렇게 전철칸에서 자리잡고 앉아 옆사람에게 틈을 주지 않는 인간들은 실제로 제 어깨가 주체못할 만큼 넓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성격이 지랄같은 거다.
몸은 스스로 이야기를 한다.
한 삼십 몇 년 넘게 사회조직원으로 짬밥 먹어본 사람이라면
살짝, 잠시동안 자기 살에 가해지는 상대방 살의 압력만으로도 ‘아 이놈이 이러이러한 의사표현을 하는구나’하고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옆자리의 이색히는
어깨 살떨림이 조낸 완강하다.
자기가 확보한 공간 조금도 나눠갖지 않겠다는 얘기다.
조낸, 못돼처먹은 놈이라는 얘기다.
지하철 목적지는 지금으로부터 40분 거리.
그래, 함 해보자.
이놈 앞어깨에 내 뒷어깨를 얹는다. 지그시 누른다.
피엠피를 꺼내 들었다. 싸움(=갈굼)이 길어질 것이다.
버틴 어깨는 여전히 완강하다. 두 상박은 여전히 옆구리에서 떨어진 채로 휴대폰 액정화면으로 뻗어 있다.
차분히,
누른다.
매 초마다 매 분마다 미세한 정도씩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더해 간다.
이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긴 시간 흐트러짐 없이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압점과, 그 압점으로 힘을 보내는 근육이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압점으로 정확히 힘을 보내야 한다는 건데, 아 글로 설명하려니 힘들다.
그냥 “조낸 정신통일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이해하자.
어쨌든 계속 누른다.
압박이 점점 커진다.
어차피 난 이놈 어깨를 [밀쳐낼] 생각이 아니라 그냥 [지그시 눌러버릴] 생각이기 때문에 이리저리 비집거나 뒤척일 필요가 없다. 그냥 계에속 누르기만 하는 거다.
마주댄 어깨에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약간씩 뒤채는 것도 느껴진다.
차아식, 버틸라니 힘든가보지.
봐주고 그런 거 없다. 계속 지그시 누른다.
저쪽 어깨가 힘이 점점 빠지고 있다.
갑자기 어깨를 확 뺀다.
두 어깨를 가슴쪽으로 쭈욱 오므린다. 내 어깨와 등쪽 시트의 사이에 ‘갇혀있던’ 상황을 타개해 볼려는 모양이다.
지켜보자. 어디 니놈이 빠져나갈 수 있나 보자.
오므렸던 어깨를 주욱- 편다. 시발 아까보다 어깨를 더 넓게 편다. 이색히 막나가네
왼쪽 어깨를 내 오른쪽 어깨 앞쪽으로 턱 걸친다.
인제 내 어깨가 이놈 어깨와 등쪽 시트 사이에 갇혔다.
..... 그렇다고 겁낼 것 같으냐.
압점의 방향을 바꾼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어깨를 세우고 또 지그시 민다.
뒷어깨보다 앞어깨가 더 단단하고 뾰족하다.
현재상황은 내 오른쪽 어깨 앞부분이 이놈의 왼쪽 어깨 뒷부분을 또 지그시 찍어 밀고 있는 상황이다.
자세는 이미 잡았다.
등쪽 시트를 받침대로 하여 앞어깨 쪽으로 힘을 밀어낸다. 앞에서 찍어누를 때보다 지금이 더 안정적인 자세가 나오는 듯 하다.
지그~시....
민다....
계속.....
쭈욱.....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상대편의 어깨가 스윽~ 풀린다.
내 어깨도 압박이 확 풀린다.
서로서로 편안한 포지션이 되었다.
자리는,
충분히 넓어졌다.
싸움이 끝났다.
저쪽이 항복했다.
우하하하
이겼다.
좁은 장소에서는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혼자만 편하겠다고, 지자리 안뺏기겠다고 말도 안되는 뻐팅김 같은 거
하는 거 아니다.
어쨌든,
그랬다는 거지 히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