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에전에, 한창 물불 안가리고 과외알바를 하던 시절에

원양어선  선원의 [한글]과외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 삼십 중반 정도 되는 사내였는데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여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송도 암남동 산자락에 살림을 차려놓고,

아내는 아마도 업소에 나가는 여인인 듯.

일 년에 겨우 두어 달을 집에서 지낼 뿐

나머지는 계속 배를 타는 사람과, 그 기간을 혼자 지내는 아내였습니다.



어쨌든, 일주일에 세 번씩 한글 깨치기 공부를 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읽기와 쓰기를 익혀나가던 중

어느 날

아내가 쓴 글이라면서 일기장 비슷한 노트를 보여줍니다.

이런저런 잡문들이 쓰여져 있는 노트...

제일 마지막 장을 넘기니

이런 글이 있더라구요.




"평생을 한 남자에게 얽매여 살기는 싫어."





허이구우.....




그 글을 보는 순간 제가 다 가슴이 콱 막히는....



여인네는 무슨 의미로 그 글을 남겼는지.

사내는 그 글을 정말 읽지 못하고 나에게 보여준 것이었는지.



사내의 출항일이 가까워서 과외는 곧 끝났고

그 두 사람의 이후 이야기는 들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 둘은 예상대로 끝내 헤어졌을까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계속 살아갔을까요...?







Posted by hu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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