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글/요즘 시 2010. 2. 6. 14:31

 

토요일 오전 11시
사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

뜨겁지도
않다 차지도
않다

한 모금
적당한 만큼의 모금씩
입속으로
커피를 밀어넣는다

어느 순간

물컹한 것이
혀에 걸리지도 않는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잠시 생각한 후
나는

'벌레일 것이다'

나는 커피 속의 벌레를 마셨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삶겼는지 볶였는지
모르는

남부 아메리카 구석 어디이든
아프리카 숲속 어느 숨은 나뭇잎이든 아니면
쉴새없이 흔들리는
낡은 공장
끈끈한 기계 틈새이든

커피가 커피
인 것 만큼이나 확실히
아닐 것인

그래도 지금은 그러하므로
나는
커피 속에 녹아있던
벌레를
마신 것으로 친다

이미
종이컵 속의 커피는 없다   --------*


(2010. 2. 5) 



 

Posted by hu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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