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택시 타보셨나요?

급하게 일정에 쫓겨서 타기 일쑤였던 서울 택시와는 달리 부산에서는 비교적 느긋한 마음으로 택시를 타게 됩니다.

딴에, 타지에서 몇 년 살았다고 버스노선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나 여친과 함께 타는 경우(이땐, 택시비랑 대중교통비가 비슷비슷합니다.), 또는 그냥 기다리기 싫어서 타는 경우도 있는 등 본가에 내려가 있는 동안은 어느 정도의 호사를 누리는 용도로 택시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택시를 타면 (어느 정도의 여유와 함께) 으레 기사분들과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눕니다.
사투리로 자잘한 농을 섞어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분위기가 구수~ 한 게, 딱 좋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면 이런 일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함께 낄낄거리고, 맞장구 쳐 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적지에 다다라 계산을 할 때,
요금을 치루면 돌아오는 잔돈이 딱 ‘백원’이 모자라는 겁니다.
그것도,
“기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하는 덕담이 오간 직후.....

미터기를 확인했는데,
분명 거스름돈이 덜 왔는데...

순간, 저는 짧은 고민을 합니다.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분명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제 생활태도(?)이겠지만,
두세 번의 똑같은 상황 속에서 정작 저는 한 번도 거스름돈을 요구하지 못했습니다.

즐겁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그냥, 즐겁게 택시를 탄 댓가로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알량한 선심인 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동을 걸고 떠나는 택시를 보며
또 드는 생각은,
“백원의 횡령”이 택시기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이었습니다.
껌도 하나 못 사는, 자판기 커피 한잔 값도 못되는 그 돈을 굳이 챙겼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  아니, 그냥, 미터기 금액을 착각했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흐흐흐-
(문제는 그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는 것이라능.......)


어쨌든

고향에서의, 능청스러(운 것이 분명한) 그분들에게 저는 한 번의 얼굴붉힘도 허락받지 못하고 꼬박꼬박 백원씩의 봉사료를 결제한 셈이 되었습니다.




뭐,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습니다.......



Posted by hu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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