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랬었습니다.
방과 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르르 몰려간 보수동 책방골목 근처 중국집의
2층 맨끝 쪽방은 항상 우리들을 위해 비워져 있었습니다.
3학년 선배... 2학년 선배... 그 끝에 우리가 자리를 잡고 나면
스르륵 미닫이문이 반쯤 열리고,
주인아저씨의 손을 통해 까만 비닐봉다리의 소주 예닐곱 병이 들이밀어졌습니다.
2학년은 짜장면 또는 우동,
1학년은 짬뽕 또는 볶음밥.
그래도 동생들이라고, 우리에게 조금 더 비싼 음식이 으레 배정되곤 했었습니다.
그 외로 짬뽕국물, 군만두.
조금씩 나눠마실 소주에 딱 좋은 안주.
한 순배씩 술잔이 돌고 나면 곧, 자욱하게 담배연기들이 피어올랐습니다.
지금 다시 기억한다면 정말 얼굴 붉어질 정도로 유치했을 이야기들, 고민들...
하지만 당시엔 까마득하게 멀고 높게만 느껴지던 이야기들이
선배들의 입에서 입으로 유영하듯 떠다녔습니다.
면발과 국물, 점점이 흘린 소주자국으로 이미 더러워진 앉은뱅이탁자 아래에서는
여전히, 때묻은 양말 속 발가락들이 고물거렸습니다.
일어나 줄지어 서서 춤도 췄었더랬습니다.
어색한 율동에 서로 박장대소하며 금세 앉아버리긴 했지만요.
한 두 차례 더, 소주병들이 미닫이문 틈으로 들어오고,
데워져 나온 국물처럼
각자의 얼굴들도 점덤 불콰해져 갈 즈음
슬그머니 자리를 비웠다 한참만에 서늘한 바깥공기를 안고 돌아온
한 선배의 손에는
술값으로 충당할 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반지 맡겼지 뭐. 저어기 밑에 그 전당포, 진짜 짜게 쳐주데. 씨X"
........
몇 년 전, 이제는 이방인이 된 듯 스쳐지나다 본 그곳은,
아직 그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2층 쪽방은 그대로 여전한지
그리로 몰래 숨어드는 더운 청춘들이
아직도 여전한지는
이제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 중국집의 이름은
'옥생관'
이었습니다.
.......
(뭐.... 현실은, 학생때부터 몰려다니며 술처먹고 담배핀 싹수노란 색히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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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15 - 15: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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