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언 내 님
눈물
무명 옷고름
빛깔 섧어
저 무지개
이 시는
불합격 된 시입니다.
끙끙 앓아가며
내 가슴속의 말들을 토해놨는데
글쎄 “땡”이랍니다.
‘지나친 미사여구’에
‘시적 미감’의 결여라나요.....
난 정말로 하고 싶은 말들을
했을 뿐인데.
한 시간만에 시를 써서
‘딩동댕’한 아이가
날 비웃고 놀립니다.
“어! 떨어졌네! 야아 웃긴다아.”
기운빠진 손은, 가슴은
지금 볼펜 쥐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시의 끝부분이 다가옵니다.
원래 시의 끝부분에는
‘희망’이 나타내어져야 하고
‘여운’도 남겨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
‘여운’을 남겨야 하는데...
‘희망’이 나타나야 하는데...
“재수없게 도로에 쥐가 죽었다. 트럭이 깔아 뭉갰는지 떡반대기
처럼 좍 퍼져서 대가리도 손발도 없다. 청소부가 치워줬으면 좋
겠다.”
“벌써 며칠째 그 자리에 그대로다. 자꾸자꾸 깔려서 점점 딱딱해
지는 것 같다.”
“비가 왔다. 빗물에 퉁퉁 불고 뜯겨서 쳐다보면 올라올 것 같다.
지나다닐 때에는 고개를 돌려야 겠다.”
“살뭉치와 가죽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저렇게 사라져가는
모양이다. 좀 그렇다.”
어지러이
돌아가는 도시
한 가운데
그냥
죽은
쥐
한마리....
밤은 고독처럼 뼈를 저미고
어디 기댈 곳 없어
나는
어떠한 구실을 빌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겠소.
나의 모자람과
허약함과
자아를 이기지 못하는 내 자아
의미로
의미를 무너뜨리는
나의 이기심이 용서받기를
밤이 지나면
새벽은 다시금 내게
허무로 길들여진 오만의 신발을 신길 테요
이 밤이 가기 전에
누구라도
내게 용서를
이 어둠
어디 기댈 곳 없는 나는
꿇어 엎드려
이름 없는 용서일지라도
구하려 하오
나는 앉아 있네
전등불빛 비치고
나는 그저 앉아 있네
창 넘어서
사람소리
차 소리
전등불빛 비치고
나는
그저 앉아 있네
구차하지만
하늘에
빌었다
좀 도와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좀
무사히 넘겨달라고
했다
제기랄
나쁜 놈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