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에는
시 한줄 노래 하나로
하루가 간다고 생각했는데
밥도 먹어야 하고
똥도 싸야 하고
하기 싫은 일
가기 싫은 곳
가끔씩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되고
또
하고 싶은 일
못하고
가고 싶은 데에
못 가고
가끔씩
보고 싶은 사람 못 봐서
쓰린 속은
시로도 노래로도
하루종일 아물지 않고
어떤 때에는
시 한줄 노래 하나로
하루가 간다고 생각했는데
밥도 먹어야 하고
똥도 싸야 하고
하기 싫은 일
가기 싫은 곳
가끔씩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되고
또
하고 싶은 일
못하고
가고 싶은 데에
못 가고
가끔씩
보고 싶은 사람 못 봐서
쓰린 속은
시로도 노래로도
하루종일 아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은
씻겨 가라앉은
한줄기 침묵인데
그대는
줄 수 있는지
산 속에 묻힌
바람 한 덩이
잠시 머문 어둠
피리소리
그대는 내게
무엇을 줄 것인지
그대는
줄 수 있는지
불현듯 비틀리는 가슴
오늘따라
상한 내장들이
무척이나
요동을 치는
모양인지
잠든, 아니 깨어있었던가.
내 코위로 쥐새끼 한 마리가 지나갔다. 아니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
한 올인지 모른다.
내가 누군데 감히 무례하게
어쩌면 나는 별 놈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신경을 건드리는지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용서할, 혹은 용서하는 척 할 마음이
전연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떤 새끼가....
앗, 눈이 부셔라. 제길 햇빛이었던가.
슬그머니 나는 쪼그라들었다.
어쩌면 쪼그라들지 않는 척 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는데.
어쩌면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살았니 죽었니
물론
살았지.
......
그럼,
난 뭘 먹고 살지?
내 얼굴 빤히 쳐다보는
저 벌건 시간들을
난 뭐를
먹어 메꾸지?
바람에 문이 덜걱거려서
온 밤을 설쳤는데
아침에 깨어
살펴보니
채워졌던 것들 쓸어내 버려서
선득선득하게
빈 속이 덜걱거린
소리더라
문득
한 발걸음 물러나
하늘을 보았네
허공은 파랗게 호흡하고
나는
주어진 만큼의 무게로
그 곳에
서 있었네
나는 허공을 만졌고
대기를 만졌고
나를 느꼈네
두 손에
가득히
난 나를 호흡했네
나는 회의한다
친구들 사이에 끼어 서 있던 것에 대해
회의한다
나는 어울려 술을 마신 것에
대하여 회의한다
싱겁게 흘린 농담에 대해
회의한다
나를 밀쳐내던 그 거리에
서 있었던 것을
회의하고
내가
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회의한다
듣고 있었던 것에
맡고 있었던 것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대하여 회의한다
내가 지었던 표정에 대해 회의하고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한다
집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회의한다
숨쉬는 것에 대해
회의한다
나에 대해
회의한다
끝내 나는 알지 못하리
저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는 슬픔의 까닭
굽이쳐서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수중의 아득한 어둠
붙잡을 듯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투명한 그리움
무겁도록 검게
침묵하는 땅
나는 끝내
하나되지 못하리
커다란 들쥐 한 마리
들쥐구멍 나와
덜컹덜컹 달리네
부릅뜬 눈 솔개 한 마리
단숨에 날아 내려
날카로운 발톱
콱
찍어 올리네
......
꼬랑지는 잘려
진물 고름
비쩍 말라붙었고
오그라든 네 발
허둥허둥
충충한 눈깔 잔뜩 겁먹어서
두룩 두룩
축 처져 고픈 배때기
오지게 찍혀
대번에
번지는
저런
저
핏빛
굴 속엔
눈도 안뜬 핏덩이들
웅크렸는데
.....
어느 봄날
들쥐 한 마리
커다랗게
높다란 가지
흔들어 오는
저 바람결에 그대
몸을 실었나
덜컥
내려앉는 가슴
마냥 그대를
난 놓지 않았나
아마
버릇일 테지
휘파람 휘휘 불며
온 산 젖어드는
저녁 산 빛
눈이
또 시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