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일기

일상과 기억 2012. 4. 15. 23:59


어제 지하철에서.....


내가 서 있는 곳 앞의 자리가 비었다.
힐끔 옆을 보니 아이 둘을 대동한 젊은 여자가 있어,

"여기 앉으세요" 하고
자리를 양보했는데, 이 여자

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만 자기 아이들한테

"얘들아 저기 가서 앉어-"
한다.

슬그머니 치미는 부아.

도대체 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지?
더구나 사람 얼굴 멀뚱, 멀뚱, 쳐다보면서.

이 인간은 상대방의 호의에
간단히 회답할 정도의
기본적인 교양도 없는 건가??

아니, 한 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이 서울바닥 인간들은
왜, 이따위의 버르장머리를 처 갖고 사는 거야??


이번엔 좀 짜증이 난다.


낮게 혼잣말을 뇌까렸다.
"친절을 베풀 가치도 없군...."

옆에 서 있던 한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앉은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야지"

이번엔 애들이 멀뚱멀뚱 내 얼굴 쳐다본다. 허허.


그래서,
까불락거리는 애들 자리 박차고 일어나 돌아다니는 틈에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돌아온 애들 멀뚱히 서서
앉아있는 내 얼굴 쳐다보고.

나는 가방에서 피엠피 꺼내서 동영상 재밌게 보면서
남은 구간 편히 이동 -  


원래 친절이란 게 상대방에게 뭔가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가끔씩은
'내가 베푸는 친절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면
그 친절을 차라리 베풀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Posted by hunti
,

4.11 총선

잡설 2012. 4. 12. 01:24



참담한 느낌이다.
결국 역사는 다시금 퇴행을 택했다.
내가 가진 건 표 한장 만큼의 힘 뿐임을 절감한다.

그리고,
행동 없이 입으로만 공허한 구호를 외치는
이땅의 수많은 키보드워리어들,
두 손목을 부러뜨려야 한다.
결국은 자신의 발등에 묻은 흙만 털어내는
비겁한 젊은이들, 
추운 벌판으로 쫓아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Posted by hunti
,





얼마 전에 다녀왔던 가평 여행길에서 정말 맛이 '없는' 닭갈비를 경험했습니다.
닭갈비의 맛이 정녕 그런 것이었던가..... 이른바 멘붕 상태.

그러다, 예전에 즐겨 먹던 닭갈비 프랜차이즈점이 영등포에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내고는
어제 토요일 저녁, 와이프와 함께 찾아갔더랬습니다.

익숙한 간판과, 익숙한 좌석... 메뉴와 가격도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주문한 메뉴는 예전에 자주 먹던 대로, [닭볶음밥].
(이곳의 주메뉴는 닭갈비가 아닌 볶음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불판 위에서 양념된 닭고기가 익고,
뒤이어 약간의 양념이 가미된 밥이 얹혀져서
비벼집니다.
어울리는 사리는 '감자사리'. 사이다 한 병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윽고,
한 숟갈 떠 넣습니다.

오옷, 맛이 변하지 않았네요. 조옿~ 습니다^^
적당히 맵삭한 양념에다 고소하게 닭고기 맛이 밥알에 배어 있는,
옛날 기억 속 그대로의 맛입니다.

와이프가 한마디 하는데,

"이거 먹고 있으니까, 꼭 옛날 부산대 앞에서 데이트하는 느낌이 나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이제 '옛날'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과 추억을 쌓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만난 때로부터 벌써 십삼 년이 넘게 지났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게
일개 프랜차이즈 식당의 음식 메뉴라니 ㅎㅎ -

하긴 이 프랜차이즈 식당도 옛날 학교앞의 수많은 음식점 중 하나에서 출발해서
이제 서울로까지 진출한 성공적인 브랜드가 될 때까지
긴 시간을 차근차근 발전해 왔네요.
이런 식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해 왔구나 하는
감상 비스무리한 것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잠시만에 볶음밥은 바닥을 드러내고, 딱 그만큼 적당히 배가 부릅니다.
약간 아쉬운 느낌도 있지만,
다음에 또 와서 먹으면 되지 생각합니다.
저녁 맛있게 먹었습니다.



음식점 이름요?  [유가네]입니다.








허겁지겁 먹다 보니, 아... 사진 빠뜨렸다 싶어 그중 성한 부분을 골라 한 장 찍었습니다.
핸폰 사진이라 그런가 별로 맛 없어 보이네....  (설마 고도의 안티???  ㅋㅋ)








Posted by hunt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