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꽃을 떨구는 건
바람이
아니라
슬픔
이
라
는
것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늦은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습니다
나의 번민과
상념들도
이 비에 떨어져 내렸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꽃잎들은
시린 빛으로
붉게
붉게
숨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니
산 속 절은 더 조용하더라
비 속에서
나무와 숲은 더욱
연하고
푸르더라
흙탕물 튄 신발을 벗고
숲으로 들어가 봤으면
그런데
그러지는 못하겠더라
옷 버릴까봐
미끄러져
뒤통수 깰 까봐
쏟아지는 비 한가운데 있으니
젖는 건 당연하다
비는
일상이 아닐 것이나
빗속에 있으니 그것을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소나기든 장맛비든
일단 빗속은 벗어나 놓고
볼 일이다
먹구름 아래가 어둡다는 걸
알고야
할 일이다
톡 하고 건드리니 어머- 하고 불이 켜진다
또 한 번 건드리니
어머- 하고 불이 꺼진다
톡톡 두드리니 어머-어머- 하고
켜졌다 꺼진다
다시 톡 건드리니
어머- 하고 또 켜진다
이 시는
불합격 된 시입니다.
끙끙 앓아가며
내 가슴속의 말들을 토해놨는데
글쎄 “땡”이랍니다.
‘지나친 미사여구’에
‘시적 미감’의 결여라나요.....
난 정말로 하고 싶은 말들을
했을 뿐인데.
한 시간만에 시를 써서
‘딩동댕’한 아이가
날 비웃고 놀립니다.
“어! 떨어졌네! 야아 웃긴다아.”
기운빠진 손은, 가슴은
지금 볼펜 쥐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시의 끝부분이 다가옵니다.
원래 시의 끝부분에는
‘희망’이 나타내어져야 하고
‘여운’도 남겨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
‘여운’을 남겨야 하는데...
‘희망’이 나타나야 하는데...
“재수없게 도로에 쥐가 죽었다. 트럭이 깔아 뭉갰는지 떡반대기
처럼 좍 퍼져서 대가리도 손발도 없다. 청소부가 치워줬으면 좋
겠다.”
“벌써 며칠째 그 자리에 그대로다. 자꾸자꾸 깔려서 점점 딱딱해
지는 것 같다.”
“비가 왔다. 빗물에 퉁퉁 불고 뜯겨서 쳐다보면 올라올 것 같다.
지나다닐 때에는 고개를 돌려야 겠다.”
“살뭉치와 가죽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저렇게 사라져가는
모양이다. 좀 그렇다.”
어지러이
돌아가는 도시
한 가운데
그냥
죽은
쥐
한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