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나가 가고 있다.
천둥소리처럼 다가온 내 인생같이
뜨겁게
또 하나의 여름이 지나간다.
스물 두 살의 내 인생은
어느 것 하나 거두어질 것이 없는데
여름이 설익어
한밤 빗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무엇하나 남기지 못하는
스물 두 해 내인생처럼
아프게
여름이 간다
여름 하나가 가고 있다.
천둥소리처럼 다가온 내 인생같이
뜨겁게
또 하나의 여름이 지나간다.
스물 두 살의 내 인생은
어느 것 하나 거두어질 것이 없는데
여름이 설익어
한밤 빗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무엇하나 남기지 못하는
스물 두 해 내인생처럼
아프게
여름이 간다
아무것도 사죄하지
않을 테다
아무것도 깨닫지 않고
아무것도
용서받지 않을 테다
고개 숙이지 않고
돌이켜 보지 않으며
나를
변명하지도 난 않을 테다
손가락질하면 하는 대로
돌 던져오면
두 눈 부릅뜨며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그렇게
아무 것도 붙잡지 않은 채로
난
살아갈 테다
숨이 차게 허적거리다가
눈을 뜨니
다시 꿈이라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네
눈을 뜨면
까마득히 숨차 오르는
내 가슴이라
눈을 뜨지 못하겠네
바라건대
대로 한가운데를 흔들며 지나가는
살찐 저 계집애들
커다랗고 뚱뚱한 엉덩이에
꽉 끼어 달라붙은
청바지가
인정사정 없이
퍽
터져 버리기를
꽃덤불 속에
나는 숨어 있었네
화안한
어둠 위로
아득한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네
날 찾던 아이들
모두
돌아가고
꽃덤불 속에
나는
숨어 있었네
주위는 온통
화안했고
머리 위에는
구름이
흐르고 있었네
비도
오고요
눈도 오고요 .....
어느 날
밖에 나가 보았더니
햇볕이
그렇게 밝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
두 손 두 팔 벌리고
입도 아- 벌리고
해를 향해
서 있었지요.
날아가던 새 한 마리
까르르 웃어
입 벌렸던 나도
퍼퍼퍼 웃었지요
어떤 때에는
시 한줄 노래 하나로
하루가 간다고 생각했는데
밥도 먹어야 하고
똥도 싸야 하고
하기 싫은 일
가기 싫은 곳
가끔씩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되고
또
하고 싶은 일
못하고
가고 싶은 데에
못 가고
가끔씩
보고 싶은 사람 못 봐서
쓰린 속은
시로도 노래로도
하루종일 아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은
씻겨 가라앉은
한줄기 침묵인데
그대는
줄 수 있는지
산 속에 묻힌
바람 한 덩이
잠시 머문 어둠
피리소리
그대는 내게
무엇을 줄 것인지
그대는
줄 수 있는지
불현듯 비틀리는 가슴
오늘따라
상한 내장들이
무척이나
요동을 치는
모양인지
잠든, 아니 깨어있었던가.
내 코위로 쥐새끼 한 마리가 지나갔다. 아니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
한 올인지 모른다.
내가 누군데 감히 무례하게
어쩌면 나는 별 놈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신경을 건드리는지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용서할, 혹은 용서하는 척 할 마음이
전연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떤 새끼가....
앗, 눈이 부셔라. 제길 햇빛이었던가.
슬그머니 나는 쪼그라들었다.
어쩌면 쪼그라들지 않는 척 할 수도
있었을 것이었는데.
어쩌면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살았니 죽었니
물론
살았지.
......
그럼,
난 뭘 먹고 살지?
내 얼굴 빤히 쳐다보는
저 벌건 시간들을
난 뭐를
먹어 메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