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로 영화 [황해]를 관람했습니다.
겨울바람이 여전히 시립니다.
와이프는 좀 더 자라고 이불 덮어주고, 목도리 칭칭 감고 아침 8시 10분에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와이프가 기겁하는 잔인한 영화를 아침잠 뺏어가면서 억지로 보게 하는 것이 나쁜짓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압니다.
아침밥 대신으로 먹은 햄버거와 커피에 속이 든든해졌습니다.
이제 영화에 몰입...
1.
김윤석이 일당백의 전천후 액션을 선보입니다.
도끼에, 식칼에, 맨주먹, 카체이스... 그리고 그 유명한 “뼈다귀 액션”도 작렬해 주십니다.
다만....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왜소한’ 어깨를 지녔습니다.
조폭들 보고 어깨, 어깨 하는 거 이 양반한테는 맞지 않는 표현인 듯 합니다.
하기야, 몸만 냅다 만들어놓고 정작 연기는 어리버리한 것 보단 앗쌀하게 연기 자체에 몰입하는 배우가 백만 배 더 멋있습니다.
2.
19금 영화의 축복 중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여배우의 젖가슴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우헤헤헤 -
사실 이제 우리도 클 만큼 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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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에이 진짜, 이놈의 새새끼!! 하필 글 쓸 때 달라붙어서 괴롭히냐!!!
집에 들어가 있어라. 떠들면 듁을 줄 알아라 응?!!!!!)
"췟췟췟!!!"
어쨌든 다시,
우리도 클 만큼 다 컸고.... 아이씨, 할 말 까먹었습니다 제길...
생각 다 흐트러졌네 에이 -
어쨌든, 이제 대가리도 다 컸고, 여자 벗는 장면 나오니까 좋긴 좋더라는 거 -
그게 플롯상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든, 그냥 그저 관객몰이용 눈요기용 장면이든간에 말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두 명이 벗습니다.
........
음.... 참고하시라고...^^
3.
아까 햄버거와 함께 먹은 커피가 문제였습니다.
전 커피 마시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소변량이 늘어납니다. 체내 거치기간(?)도 짧아집니다.
런타임이 장장 156분에 달한다는 걸 영화 끝나고 인터넷 검색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다가가면서 제 방광도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영화 내,외적 합일을 경험했습니다.
4.
그런데, 영화 줄거리는 생각만큼 내,외적 합일을 이루지 못한 듯 합니다.
꼬이고 비틀린 인물관계, 사건들...
하지만, 그 꺼풀을 한 겹 들추고 난 후의 실상은 약간 실망스러울 정도로 단촐하고 심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에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풀이 과정도 불친절했습니다.
이런 거지요.
영화가 시작되고, 사건이 터지고, 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사건의 얼개가 엮이고, 그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양새를 드러내면서 관객은 조금씩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영화 속에 몰입하게 되는 게 맞는데요
이 영화는 그, ‘하나씩 풀어가는’ 맛이 부족하달까.....
한발 한발 산을 오르는 게 아니고, 한참 헤매다 어느 순간 봉우리에 도착해 있고, 또 그 위에서의 조망도 썩 기대하던 모습이 아닌 듯 한,
‘뭐야, 그거 때문이었어??’ 싶은.....
뭐 그렇다는 거지요.
4-1.
위 내용과 관련해서, 어쩌면 이 영화는 두 번째 관람할 때가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시한 내막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등장인물들이 피터지게 쫓고, 구르고,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저 줄거리를 뒤쫓아가기에 급급해서 연출의 디테일을 놓치는 것보다 훨씬 재미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서,
이야기구성에 비해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습니다.
이건 정말 믿으셔도 됩니다.
5.
후반부의 소변마려움보다, 매가리없는 이야기보다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영화 중간중간에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시종 중얼중얼거리거나,
중요한 장면에 킥킥거리며 분위기 조지는 뒷자리의 개객기같은 커플이었습니다.
빡돌아서,
면상이나 보자고 상영 후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중년부부입니다.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지랄같다고, 여전히 툴툴거리면서 저리 걸어갑니다.
예엣날에, 학교친구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몬배았다.... 몬배았어.....”
우리나라에는 정규교육 받을 거 다 받고도 여전히 못배운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애나, 어른이나, 나이 덜먹은 초짜어른이나, 많이 늙은 어른이나......
6.
영화관을 나서니, 거짓말같은 화안 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비현실에서 현실로 급히 접어드는, 시공의 변이 -
예전에,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의 영화관들은 상영관과 건물 외부가 복도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깜깜했던 세상이 몇 걸음도 안되어 밝은 대명천지로 확 바뀌는, 그 변이의 진폭이 훨씬 더 컸습니다.
그런 비현실적인 찰나의 이미지는 나름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기억 한귀퉁이에 접혀 간직됩니다. 그시절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그때처럼, 오늘도 저는 여전히 현실 속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7.
집으로 가며, 시장골목을 지나갑니다.
오전 열 한 시.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열었습니다만, 아직 손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로 꽉 차지 않은 시장통은 독특한 운치가 있습니다.
머리들과 외투들 위로 떨어지던 조명들은 한가롭게 공기중으로 퍼져나가 천장 위의 햇빛과 섞이고, 시끄러운 호객 소리도 없고, 복잡하게 혼합된 냄새도 아직 없는
첫 번째 쪄낸 찐빵
새로 담은 겉절이 김치
지금 막 끓여낸 육개장
초벌로 지져내고 있는 지짐들....
느낌, 괜찮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저는, 휴일의 일손을 덜어주고자 반찬을 두어 가지 샀습니다.
첫 번째 쪄낸 찐빵과 만두도 샀습니다.
집에 와서 맛을 보니, 찐빵은 그럭저럭입니다만 만두는 실패입니다. -_-;;
뭐......어쨌든.....
오늘 휴일은 그랬다구요... 해피뉴이얼~
- 열심히 뛰고 구르고, 이 영화에서도 고생 정말 많이 했습니다.
- 손에 든 뼉다구에 살은 제대로 다 발라드셨겠지요? ㅋㅋ
- 분위기 괜찮은 아저씨. 근데 이제 슬슬 캐릭터 이미지를 넓힐 때가 돼 가는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