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정말 얼결에 홍보팀원들의 뒤를 맹렬히 따라붙어서 [디워]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장소는 메가박스 코엑스 5관.
배급사가 쇼박스이니 여기서 시사회를 하는 것이 당연했을 겁니다.
약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나 심형래감독이 간단히 무대인사를 합니다.
“조금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 주시기”를 부탁하는 말만 새겨 들었습니다.
상영관을 메운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자들이고, 또 그들의 대부분은 기대를 어느 정도 접은, 까칠한 상태의 관객임을 감안한다면 심형래감독의 저 부탁이 의례적인 인사로 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달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영화 상영중 곳곳에서 “낄낄-”, “피식-” 등의 실소가 터져나왔고, 그 때마다 관계자들의 이마엔 땀이 맺혔을 겁니다.
미국에서의 시사 이후 반응이 좋답니다. 당초 미국 1,500개관 상영을 예상했으나, 1,700개에서 2,000개관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500개관 상영을 예정하고 있답니다.....
2시 25분 경,
짧은 디지털 보정시간이 지나고 화면이 밝아집니다.........
<아래 글부터는 강력 스포일러성 글입니다. 내용은 제 마음대로, 글가는 대로 써내려갑니다. 글 속에 당연히 온갖 영화내용이 다 담길 것이고, 영화를 보기 전인 분들에게 불쾌한 기분과 악영향을 드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사실 영화내용을 안다고 해서, 장면장면을 미리 안다고 해서 향후의 영화감상에 그리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히, 아래 글에는 알고 싶지 않았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힘주나?^^) >
여기까지의 결론 : “애쓴 영화입니다”
.......
화면이 밝아지면 전통수묵화 기법을 이용한 오프닝이 펼쳐집니다. 아, 괜찮습니다. 김홍도의 그림들도 보이고, 그림의 톤과 어울리게 용이 너울너울 날아다닙니다. 생각보다 유려한 오프닝 그래픽에 기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첫장면.....
LA시내에 뭔가가 떨어졌는지, 파고 올라왔는지 폭탄을 맞은 듯한 구덩이가 패였고(사실 한눈파느라 놓쳤습니다 -_-;;) 경찰들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아 어쩌나...... 허접합니다.
언덕에, 어슬렁거리는 몇몇의(겨우 몇몇의!) 사람들과 성의없이 배치해 놓은 뒤집힌 자동차 두어 대..... (서너대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장면, 앞으로의 암울한 화면구성(절대로 스토리도 아니고, 연기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 화!면!구!성!)을 암시하는 전조입니다.
역시나 어색하게 우리의 주인공은 취재를 하러 오고, 담당 경관(아니면 FBI였나?)은 오바스럽게 그를 밀쳐냅니다. 취재는 안돼, 촬영도 안돼, 어쩌구저쩌구 하며..... 그러나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어기 언덕 중턱 쯤에 쪼그리고 앉아 볼터치용 붓으로 사방 50cm 정도의 땅을 털어내고 있는 몇몇의 연구원들이고, 거기엔 이무기의 것으로 보이는 비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자리에 선 채로 손바닥만한 캠코더를 척 꺼내 보란 듯이 주밍하여 화면에 담습니다........허허-
그 다음부터는 아시다시피 먼 나라 코리아의 500년 전 전설이 오버랩되고, 그곳엔 여의주의 운명을 타고난 여주인공과 그를 지킬 운명인 남자주인공, 그 남자주인공을 단련시킬 소명을 가진 보천대사가 있습니다.
이윽고 여주인공이 스무살 되던 해, 나쁜 이무기와 그놈의 군단은 조그만 부락으로 쳐들어옵니다.
보천대사의 한마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이지 않습니까? 마지막의 “구나”를 “군”으로 바꾸면 사기유닛으로 예상된다는 스타2의 마린입니다. 물론, 그와 대사 톤까지 같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만.....
어쨌든, 이놈의 나쁜 놈들이 여주인공의 마을로 마구 쳐들어옵니다. 이쯤에서 예고편을 눈여겨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마을이 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성곽을 넘어 저쪽을 내려다보면 생뚱맞게도 너무나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논밭도 아니고, 무슨..... 반지의 제왕에서 혹은 영화 트로이에서 보았던 황량한 벌판이라 이말입니다. 그 넓은 평원을 가로질러 악의 군단이 질서정연하게 쳐들어옵니다.
..........
화면구성이, 흑흑- 암울합니다.
말이 안됩니다.
조금만 생각이 있었다면, 뒤뚱거리는 네발공룡의 디테일을 고민하기 전에 그놈들이 어떤 경로로 어떤 대열을 지어 마을을 습격해야 할지 고민하였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성문 위에서 나졸이 의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본 저 맞은편 산등성이의 나무들이 줄줄이 꺾이기 시작하고, 흙먼지가 일더니, 갑자기 길고 끔찍한 울음소리가 적막을 가르고 뒤이어 갑주로 무장한 군병들이 달려오기 시작하는..... 뭔가 이런 식으로라도 스토리가 있고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성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국군의날 퍼레이드도 아니고, 오와열을 맞춰 전진이라니.......
어쨌든 이쯤 해서 넘어가고.........
나쁜 이무기 ‘부라퀴’(이새퀴.....)의 마수를 피해 남녀 주인공은 바다로 무사히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 중간에 소나무숲-전설의고향에서혹은심형래주연의영화홍길동에서볼수도있었던-에서의, 군단병들과 보천대사의 아크로바틱 액숀장면이 있는 것을 빼먹었습니다.)
잠시, 처절히 외칩니다.
제대로 된 아트디렉터 한명만 있었더라면 어색한 폭탄자국은 없었을 것을 -
제대로 짜여진 스토리보드만 있었더라면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어색한 습격장면은 없었을 것을 -
제대로 실력발휘할 줄 아는 무술감독만 있었더라면 “홍길동”과의 오버랩은 없었을 것을 -
어쨌든 그리하여, 무대는 다시 LA(에레이-).
현재에서의 남자주인공은 일련의 사건들(비늘!!!)을 통해 자신의 소명을 다시금 깨닫고, 환생한 여의주처녀를 찾아나서고, 곧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CGNN”(이건CG도아니고CNN도아녀이건CG도아니고CNN도아녀이건CG도아니고CNN도아녀-)의 “촬영담당(분명히 ENG카메라 들고 있었단 말이죠)”이 “컴퓨터자료분석”을 통해 처녀의 신원을 찾아줌으로써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SIM's 동물원”도 나옵니다. 거기서 부라퀴는 코끼리를 다섯 마리나 잡아먹는 기록을 달성합니다. )
어찌저찌여차저차하다가 여의주처녀는 자기방 침대에서 여의주처녀임을 상징하는 문신이 새겨진 어깨쪽에 통증을 느끼고는 911에 신고합니다. 그리고는...............
병원에 감금당합니다. 왜? 문신을 전염가능한 상처라고 판단한 병원측에 의해.......
(그럴 수도 있을 테지요. 믿습니다. )
어쨌든 여자는 어두컴컴한 독방에 감금되고, 이윽고 그 병원 전체를 부라퀴가 스윽 슥 감고 돕니다.
뒤이은 추격전과, 탈출........ 엄청난 힘과 속도를 자랑하던 부라퀴는 어느 순간 속도를 확 줄이고 주인공들이 탄 차를 놓쳐 버립니다. 반드시, 놓쳐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후에도 부라퀴는 그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번번이 놓칩니다. 그들이 차를 몰던, 뜀박질을 하던 간에 말이죠...... 그리고 매번 직접 모습을 드러내시어 그들을 쫓습니다. 뜬금없이 불쑥 나타나서는 좀 쫓아가다가 사라지고, 또 불쑥 나타나서 맥없이 뒤쫓고..... 옴니버스 연속극을 이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 후로 몇 번의 단절된 장면들과 대화들이 오간 후.......
드디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LA대습격전이 벌어집니다.
화면 좋습니다.
정말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 홍보되어 왔던 그 화면 그대로 신나게 한판 난장을 펼칩니다.
본 영화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의 수많은 억측과, 오욕과, 날림들은 오직 이 대역사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 것입니다.
익룡은 미친듯이 공중을 휘돌며 코브라헬기와 일대 접전을 벌입니다. 쥬라기공원의 렙터를 연상시키는 두발공룡들도 의외의 무게감으로 LA시내를 쿵쿵거리며 뛰어다닙니다. 더들러...인가? 뒤뚱거리는 네발공룡들, 얘들은 좀 액션이 약합니다. 다만 등에 맨 미사일포가 아까의 조선시대때와는 다르게 LA의 햇살아래 이물감 없이 잘 어울립니다.
아, 여기서 그 유명한 장면도 있습니다. 부라퀴가 빌딩을 감아오르는 그.....
중량감이 느껴집니다. 영화가 내세울 명장면이라 할 만 합니다. 물론, ‘킹콩’에서의 예의 장면과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분명히 그리 나쁘지 않다는, 아니 굉장히 괜찮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번 관객들을 피식거리게 한 장면이 있었으니, 탈출하려는 남녀주인공이 탄 헬기가 부라퀴의 이빨에 걸려 버립니다. 공중에서 헬기는 헛돌고, 상황을 직시한 남자주인공이 외칩니다.
“뛰어내려!!”
헬기에서 빌딩 옥상까지, 어림잡아 5층높이, 최소한 3층높이는 될 듯 하였습니다.
남, 여 모두 뛰어내립니다. 딱딱한 헬기이착륙장 바닥에. 아주 가뿐히. 먼지하나 안묻히고 -
저만 피식- 한거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피식- 했습니다.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몇바퀴 구르고는 다 까지고 깨져서 아파 죽을라하던 우리 존횽아가 떠올랐기 때문만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또 어쨌든!
갑자기 뜬금없이 LA를 침공한 공룡군단은 뜬금없이 철수한 듯, 자기들의 아지트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남녀주인공은 익룡들의 활약으로 이미 잡혀와서 묶여 있습니다.
부라퀴는 여의주를 추출하기 위한 의식을 치르고,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선한 이무기가 콰쾅! 나타납니다.
(아아, 여기서 더 이야기하면 완전히 끝입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고 영화 한편 통째로 써머리하는 게 됩니다. 그래도 끝까지 나가볼까요? 이미 버린 몸.....)
선한 이무기와 부라퀴가 싸우는 장면은 의외로 발군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 장면은, 두 마리의 거대한 뱀이 서로 얽혀 싸우고 내동댕이쳐지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같이 본 사람들도 이 장면을 마음에 들어 하더군요.
이윽고, 위기의 순간, 여주인공은 자신의 몸에서 여의주를 추출하고는 그것을 선한이무기에게 던져줍니다. 거의 다 죽어가던 선한이무기는 그 여의주를 받고는 스펙타클한 장면을 연출하며 탈피를 하더니, 우리가 상상하던 그 용으로 변신(변태?)하는 데 성공합니다. 압도적 힘을 가진 용. 이제 부라퀴는 상대가 안됩니다.
제대로 한 방을 맞은 부라퀴, 일거에 산산조각 나 버리고, 승리를 거둔 용은 여주인공이 화한 여의주를 물고 하늘 저멀리로 사라져 갑니다. 용이 남자주인공을 보며 눈물흘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용과 여의주(여주인공)가 하나의 인격체로 융합한 듯 해 보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끝.
엔딩송은 아리랑.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또 피식 웃습니다. 미국에서라면 웃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한가지, 그 수많은 공룡군단은 어찌 되었을까요? 남자주인공이 걸고 있던 신비의 목걸이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충격파를 발사해 반경 수백미터 내의 졸병들을 모조리 작살냅니다. 간딴하게-
트랜스포머 블랙아웃의 그 액숀을 떠올리면 될 듯 합니다......
옆에 앉았던 두 처자는 자다 깬 눈으로 끝장면만 확인하고는 침을 닦습니다. 사람들은,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우수수 자리를 뜹니다. 거참.....
그러고 보니 엔딩크레딧이 특이합니다. 심형래감독의 메시지와, 그의 자료사진들이 흐르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영화를 영화로 즐기지 못하도록 그렇게 수많은 잡설들을 풀어놔 놓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뭔가를 호소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동안의 노력을 봐달라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영화 외적인 무언가를 끝까지 주목해 달라는 요구였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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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워 vs 트랜스포머 (심형래 vs 스필버그)
디워가 개봉하기 전 이미 트랜스포머가 개봉했습니다. CG로 점철이 된, 또 하나의 가상현실....
사람들은 이 두 영화를 어떻게 비교할까요? 그래픽이 이게 낫네, 저게 낫네 설왕설래할까요, “우리것이 최고여” 만을 외칠까요....
두 영화 모두 어설픈 플롯에, 전형적인 극 전개라는 평가는 피하지 못할 듯 합니다. 저는 그러나 이 중 한 영화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 영화의 제작자는 자신이 뛰어난 연출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좀 더 적합한 사람을 찾아 감독직을 맡겼습니다. 또 어설픈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대신 기획자 자신의 꿈(어린시절때부터 키워온, 변신합체로봇의 로망!!)을 확장하여 전방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케팅의 묘를 터득해 냈습니다. 설사 그 꿈이란 것이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영화는 수많은 관객이 감정이입하는 캐릭터들을 창조해 냈고, 열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만큼 흥행에도 성공했죠.
물론 반대편의 영화도 앞으로 어떤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낼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어떠한 전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디워는 심형래의 영화입니다.
이 말은, 그가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관여(‘간여’일수도 있습니다만)하고, 제작비를 댔으며, 감독까지 맡는 등 실제로 그가 다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트랜스포머는 누구의 영화입니까?
감독은 마이클베이. 그가 감독으로서 전방에서 큰 활약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스필버그가 있었습니다.
그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해도 거짓이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그가 꿈꾸고 그가 기획하고, 만들어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가 직접 감독하지 않았을 뿐, 이 영화에는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심지어 유치한 권선징악의 뻔뻔한 스토리라인에까지도 말입니다.
(마이클베이가 원래 그런 성향의 감독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를 고른 것이 스필버그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자신이 구상한 영화를 위해 가장 적합한 위치에 적합한 인원과 자원을 배치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길을 터 나갔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레디고를 외치지 않아도, 직접 시나리오를 첨삭수정하지 않아도, 기술개발에 목매지 않아도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팔방미인이 분명 될 수 없는 심형래감독의 입장에서라면 영화제작에 있어서의 쓸데없는 만용은 영화에 독이 될 뿐입니다(!!!).
영화를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능력....
그것은, 돈이 드는 것도 기술의 축적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 능력이, 한국의 심형래와 헐리우드의 스필버그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항상 ‘한국의 스필버그가 되겠다’고 공언하는 심형래감독. 그가 진정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은 기술력이 아닌, 내적 가치와 능력입니다.
■ 캐릭터, 살려놓았는가?
한강변의 사람들을 습격하려 달리다가 순간 미끄러져 버둥거리는 괴물에게서, 잰체하고 눈을 반짝이며 혹은 적의 빔포를 맞고 퉁겨나가 신음소리를 내뱉는 로봇들에게서 우리는 살아있는 하나의 캐릭터를 봅니다. 물론 그런 생명력은 연출자의 주도면밀한 작업에 의해 탄생된 것입니다.
디워를 보면서, 괴물 부라퀴에게서 친위대장에게서 그런 캐릭터의 생동감을 느껴보려 한 것이 무리였을까요? 영화 내내 그것들에게서 정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부라퀴는 시종일관 일그러뜨린 표정으로 포효하며, 건물과 차들을 부수고 달려올 뿐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실감나는 비늘 하나하나를 재현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 그 중의 일부만이라도 떼어서 그 괴물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사용했어야 옳았습니다.
정확히 말해, ‘부라퀴’는 영화 내내 죽어있었다고 해야 맞습니다.
그냥 CG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는지, 그게 최선이었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습니다......
■ 액션의 미학
예에~전에, ‘쉬리’가 개봉한 후 한국영화에 큰 애정을 보이고 많은 말을 해주던 평론가 토니 레인즈씨가 쉬리의 액션씬에 대해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쉬리의 액션은 최악에 가깝다. 왜냐하면 액션에 아무런 스토리도, 메시지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오래된 일이라 그때의 발언을 정확히 옮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니 레인즈씨는 액션에도 고유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오늘, 왜 그 때의 그 발언을 다시 떠올려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이 영화를 본다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최악의, 최악이라고 말한들 과연 반박할 수 있을까요?
제가 너무 오바한 것일까요?
오늘 영화에는 그저 특수효과들로만 점철된, 낯뜨거운 오락실용 액션만 가득차 있었습니다.
모종의, 계산된 의도하에 그런 장면들만을 채워넣은 것이라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 Scene, Shot, Cut, Plot....
사실 씬이 뭔지, 쇼트가 뭔지, 컷이, 플롯이 뭔지 저에게 정확히 설명하라면,
그건 무리입니다.
그런데, 심형래감독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밑의 조력자들도 그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롤러코스터를 연상했습니다. 한 번 타면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쉴새없이 승객을 놀라고, 비명지르고, 흥분하도록 만드는...... 물론 그 속에서 잠시 숨돌리기도 하고, 하늘도 보고, 땅도 보겠지요.....
문제는, 그러한 리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어나가 관객들을 몰입하도록 만들어 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디워,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웁니다. 몇미터 달리다가 멈춰서 관객들을 내리라 합니다. 다시 태웁니다. 몇미터 가더니 또 내리라 합니다. 또 태웁니다. 또 몇미터 갑니다....... 허허-
사건은 그 다음의 사건의 모티브가 되고, 액션은 또 다른 액션과 이어지는 제대로 짜여진 플롯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잠시 트랜스포머를 빌려오면,
① [중동에서의 블랙아웃 액션]-[스콜포녹과 군대의 전투]-[후버댐에서의 프렌지와의 격투]
② [샘의 등장]-[범블비와의 만남]-[바리케이드와의 전투]-[오토봇들과의 조우]-[섹터7과의 격투]
③ [프렌지의 에어포스원 해킹]-[샘들과의 격투]-[잠입]-[후버댐에서의 격투]
--------> ①+②+③ -----> [시가지에서의 전면전]-[평화]
로 서로 꼬리를 물고 액션씬과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그러면 디워는?
① [LA에서의 폭탄자국 발견]
② [조선시대의 코리아]-[LA에서의 환생]-[주인공들의 조우]-[부라퀴의 1차 추격]
③ [도주]-[부라퀴의 2차 추격]
④ [도주]-[부라퀴의 3차 추격]
⑤ [LA습격]
⑥ [도주]-[주인공들 잡힘]-[위기]-[목걸이를 이용한 반격] & [선한 이무기의 등장]-[승리]
(제대로 나눴는지 역시 의문입니다만) 보시다시피, 디워에서의 많은 액션씬들은 이어지는 다른 스토리들과 연결성을 지니지 못하고 분절된 에피소드로 토막납니다.
저걸 보면서 관객은 한번 끌어올린 긴장과 흥분을 계속 가져가지 못하고 다음 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롤러코스터를 내렸다 다시 타는 것처럼요- 게다가 도주와 추격만으로 일관되는 짜임새라니....
■ 힘들어서 마무리-
짧은 글빨로 뭔가를 쓰려고 하니 힘들어 죽겠습니다. 벌써 새벽 3시....
처음부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영화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영화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미치도록 수많은 담론들이 있어왔고(특히 CG 한분야에만 지극히 국한된-), 또 그것들로 인해 벌써 상당부분의 영화적 재미가 감퇴되어 버린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솔직히 그래서, 다른 많은 까칠한 관객들처럼 저도 이 영화를 까칠한 선입견으로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가 한국영화라는 것, 순수 국산의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영화외적인‘ 관심들은 순수하게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그저 시각적인 쾌감이 되든,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이 되든 간에 그 안에서 감흥을 느끼고 즐거워하고 싶은 것이지, 한국영화가 CG를 얼마나 잘 만드는가, 얼마나 진짜같은 액션을 선보이는가, 심형래씨가 얼마나 어렵게 이 영화를 만들고 고생했는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형래씨가 정말 감독이라면, 지금까지의 발언들처럼 ‘한국영화도 할 수 있다’ 식의 프로파간다는 그만두는 것이 옳습니다. 그건 마케팅의 몫이지, 감독의 과업이 아닙니다. 감독은 영화 자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해야 옳습니다. 많은 관객들, 적어도 영화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읽고 느끼며 즐길 줄 아는 관객들이라면 ‘한국영화 파이팅’식의 선동에 발맞추지는 않습니다.
심형래감독은 시사 직전의 무대인사에서 이미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스토리나 연기 등에서의 흠결은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화면 구성에서도 너무나 많고 잦은 구멍이 보였습니다. 마치 모든 역량을 오로지 CG 한가지에만 집중한 듯, 그 외의 어떤 부분에서도 완성도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정말 독하게 말해서, 이게 무슨 몇백억짜리 영화입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것입니까?
괜찮은 B급 무비 정도는 된다구요?
아쉽게도 이 영화에는 B급 무비가 가질 만한 어떤 종류의 재기발랄함도, 실험정신도 없었습니다.
CG테크놀로지의 시험? 그것을 시험하기에는 너무 많은 댓가를 치렀습니다.
투자자에게서는 투자비를, 제작팀에게는 노력을, 관객에게는 과도한 기대를.
영화는 CG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어쩌면 심형래감독은 한국의 스필버그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ILM 정도를 꿈꿔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반반의 가능성입니다.
물론, 잘 팔린다고, 그것이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들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 심형래감독
심형래감독은 자신의 핸디캡이 정말 코미디언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알고도 그냥 우기는 걸까요?
진정한 그의 핸디캡은 (아마도)독선적인 원맨쇼식 영화제작 관행과 편협한 시야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감독에 어울리지 않는 능력치도 문제가 될라나요.....
그리고 제 생각에, 제임스카메론이 디워를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쟤 한물갔네-” 이러지 않았을까요??
공게에서, “내일은 재앙의 날이 될 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들의 실시간 기사들을 보니 의외로 온건하고 호의적인 부분이 많아서입니다.
영화의 흥행적, 산업적 측면을 크게 보아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부분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총대’를 메는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기다!! 사기!!” 이러면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참 못됐지요?
꾸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