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갑자기 마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으니, 엉엉 대성통곡입니다.
새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답니다.
손에 피가 흘러서 살펴보니 어깨에 있던 새가 피범벅이라고,
눈가에도 피가 묻었고 몸에도 피가 묻었는데
어디를 다쳤는지 무서워서 살펴보지도 못하겠다면서
꺼윽꺼윽 넘어갑니다.
일단 전, 한숨을 푸욱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최대한 마른 음성으로
'푹신한 수건 위에 가만히 새 내려놓고 기다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까지 당황한 모습 보이면 정말 수습이 안되니까요.
지하철 내릴 때까진 역이 한 너댓 개 남았습니다.
지하철 내리고서는,
집까지 달렸습니다.
가서 살펴보니,
오른쪽 발톱 하나가 부러졌네요.
정황을 보아하니
새집 안에서 혼자 까불고 찧다가 어디에 걸려 부러진 것 같습니다.
사람한테 너무 애착을 느끼다보니
새장 밖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니 꺼내달라고 난리를 쳐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원래 발톱 끝에는 신경이 없는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혈관이 깔려 있어서
거기를 건드리면 피가 솟습니다.
애완조의 발톱 끝을 잘라주다가 종종 일어나는 사고라고도 해요.
별다른 치료방법도 없는지라
상처부위 소독해 주고, 상처치료제 발라서 거즈로 감싸주었습니다.
근데 곧 벗겨지네요. 할 수 없이 자주자주 치료제 발라주기로 합니다. 다행히 빨아먹지는 않네요.
그리고는 오른쪽 가슴께랑... 발이 닿아서 묻었을 눈가의 핏자국들을 닦아주었습니다.
이넘은 자기 몸에 젖은 거즈 문지르니 빽빽거리며 반항하고....
손에 올려놓고 쓰다듬어 주니 그제서야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조용해집니다.
핏자국은 얼추 닦았고...
나머지는 스스로 닦아내거나 씻도록 해야겠습니다.
다쳤을 당시 전혀 눈치못챘을 정도로 소리 한번 안지른 순둥이지만 역시 아프긴 한가 봅니다.
다친 쪽 발을 뱃속에 꼭꼭 감추네요.
제일 좋아하는 자리인,
베개와 사람 사이의 공간으로 파고들어 잠을 청하는 모습 -
......어쨌든,
어제 저녁의 안전사고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집에서 해야 할 업무를 완전히 망쳤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에 일합니다.....
까짓거 잠 안잘 요량하고 쉬엄쉬엄 하지요 머 -